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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골수기독교 집안에서 장남하기



대한민국 골수기독교 집안에서 장남하기



  


  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부모님을 둔 1남1녀중 장남입니다. 태어나기전부터 어머니뱃속에 있는 상태로 교회를 다녔었고 심한 반항기로 똘똘뭉쳤던 중고등학교시절과 제대후 얼마간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당신들의 삶을 기독교적 용어로 "영적인 삶" 으로 만들기를 원하셨고 언제나 성경에 기반하여 속칭 "주님의 뜻" 대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부모님의 뜻과 정반대의 뜻을 가진 아들입니다. 


  인류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종교중의 하나인 기독교가 그분들에게 주는 "희망" 의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항상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라는 바램의 끈은 그분들이 지탱하시는 유일한 구명줄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을때, 혹은 걱정근심이 있을때 꼭 찾으시는 곳이 교회입니다. 교회에 못가실 경우에는 집에서 "기도" 라는 의식을 통해 소망이 이루어지길 갈구하십니다. 저희 어머님께서는 "방언" 이라는 기독교적 표현으로 "놀라운 영적 은혜" 까지 체험하셨습니다. 
  

  집안에 기쁜일이 있을때면 감사헌금을 드립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십일조를 냅니다. 때가되면 무슨무슨 헌금을 냅니다. 예전에 다니던 교회는 그 헌금을 차곡차곡 모아 으리으리한 교회를 지었습니다만, 지금 다니는 교회는 일주일 헌금중 100만원 정도인가를 남겨놓고 전부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헌금집행이 투명하게 공개되는것도 그렇구요. 그렇지만 저는 헌금내본적이 초등학교 여름성경학교 이후로는 없습니다.


  혼기가 차오르고있는 제 배필로는 교회다니는 처자를 원하십니다. 당신들이 돌아가셨을때 추도예배를 드려야할텐데 교회다니지도 않는 처자와 예배를 드릴꺼냐는게 그분들이 원하시는 이유입니다. 저희집은 1년에 두번, 추석과 설날에 제사대신 온가족이 모여 추도예배를 드립니다. 제 기억으로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드리기 시작했던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뭘했는지 기억이 도통 나질않네요.



(사진은 본 포스트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저는 신을 믿지않습니다. 그리고 기독교를 싫어합니다. 조금더 솔직히 표현하면 혐오한다는 것이 맞습니다. 거만하고 이기적인 중동의 신을 모시는것도 짜증나거니와 그 교리가 가지고 있는 배타성과 보수성이 뼈에 사무치게 싫습니다. 대한민국 교회들의 행동도 싫고,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불리우는 것도 소름끼칩니다. 믿으면 천국, 안믿으면 지옥 이라는 흑백논리에 빠진 해석도 끔찍하고, 거리에서 시끄럽게 찬송가를 불러대는 분들을 보면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하지만 그래도 교회를 갑니다. 왜냐면 전 독실한 기독교 가정의 장남이거든요.


  지금도 제 책상 옆에는 성경책이 있습니다. 저희 어머님께서 가져다 놓으신 건데, 전 이 성경책을 들고 매주마다 교회에 가서 출석도장을 찍고옵니다. 부모님께서는 장남이 두분을 모시고 교회가는 것을 너무도 흐뭇해 하십니다. 비록 립싱크이긴해도 입을 뻐끔거리며 찬송가를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시면 그렇게 좋아하실수가 없습니다. 설교시간에 설교는 듣지않고 요한계시록만 뒤적거리고 있어도 언젠가는 당신들의 아들이 유초등부 회장까지 하던 "주님의 품" 으로 돌아오실꺼라 믿으시며 기도하고 계십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교회갈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 피곤해도 안일어날 수 없습니다. 네. 저는 그래서 매주마다 교회에 갑니다. 


  저는 두분께서는 영원히 교회에 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는 그분들의 마음의 안식처고, 성경구절은 그분들 삶의 원천입니다. 언제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시고 환갑이 훨씬 지나신 연세에도 "주님의 뜻" 안에서 살기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은 절대 말리고 싶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도, 다음주에도 교회에 갑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