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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mur

불현듯 떠오르는 지하철 치한 퇴치 낭패기


(예전에 네이버 블로거 시절 적었던 내용이지만 지금은 없어졌으므로 다시 작성함)



 지금으로부터 대략 4-5년전,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 몸을 스쳐가는 낙엽에도 끓어오르는 너무도 혈기왕성했던 20대 중후반 무렵. H신문사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학교까지 들렀다가 느즈막히 집에가는 4호선 열차에서 저는 그를 목격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노약자석 앞에 서서 아무생각없이 시선을 돌리다가, 문앞 기둥에 기대서있는 여자분 뒤에 있던 신문을 보고 있는 남자의 손이 번개같이 하지만 너무도 선명하게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는 궤적을 그리는것을 보았습니다. 그 손은 분명히 앞에 있는 여자분의 엉덩이를 쓸어올렸고 그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 '아 이거 잘하면 용감한 시민상??'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조금 뒤 남자는 신문을 넘기면서 앞에 있던 여자의 둔부를 또다시 수줍게 터치했습니다.


'역시 그랬던거야. 저거 변태다. 넌 죽었다. 한번만 더 해 현장에서 바로 잡아줄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역에서 끌고내리기 위해 타이밍을 재며 변태남이 여자분의 엉덩이를 슬쩍슬쩍 터치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데 드디어 다시한번 그 손의 궤적이 그려지는 찰나 저는 그 남자의 신문을 잡아채며 말했습니다.


"좋냐!!? 이 변태 새X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자는 놀라며 말했지요.


"뭐뭐뭐요!?!?"


여자도 놀라며 말했습니다.


"어머, 자기 왜!?"


.........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고, 저는 갈길이 많이 남았지만 조용히 다음역에서 내렸습니다.




 이 일이 있은 이후부터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아주 가끔씩 치한(癡漢)의 정의에 맞는 못된놈들을 만나면 조용히 응징하곤 합니다만 저 때의 기억은 가끔씩 떠오를때마다 꽤나 화끈거리게 만듭니다. 방을 잡지 왜 지하철에서 쪼물딱거리는건지.



 뽀너스로 여자분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고의로 쓸데없는 부위를 밀착시키며 하악거리는 치한을 만나셨을 경우 매우 효과적인 응징자세를 알려드릴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자세는 제 녀자친구님으로부터 매우 자주 당하는 자세인데요, 정말 효과적입니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구요? 저 자세로 낭심을 가격당하게 되면 순간 방언이 터지며 교회에 가고싶어집니다. 자세만 취해도 움찔하게 되는 파블로프의 개와 유사한 효과도 있지요. 


 아무튼 몇년이 지났지만 당시 저때문에 놀라셨을 저 커플들. 미안합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그냥 get a room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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