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끊어졌던 친구의 결혼식. 가야하나?
"친구를 사귄다"는 개념보다 "아는 사람" 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에 적합했던 대학교 시절. 알고 지냈던 동기가 있습니다. 간혹가다 그 친구 뭐한다더라는 식의 소식을 전해듣곤 했던 사람이었는데 오늘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길래 예전에 저장해두었던 전화번호부로 확인해보니 그 사람이더군요. 문자내용은 "친구들아. 나 결혼한다. 날짜는 XXXX.장소는 XXXX. 꼭 와주길바래" 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자를 받고 모르는 번호인지라 잘못 온거겠지 하며 신경안쓰고 있다가 막상 확인해보고나니 그 동기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아무리 자신한테 중요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동기라고 하지만 자신의 결혼식을 알리는 방법을 단체문자를 이용하다니. 이 양반 성격이 이렇게 무던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몇번 연락이 끊겨졌던 친구들에게 결혼한다는 연락을 받은적은 있었지만 적어도 그 친구들은 단체문자가 아닌 전화를 이용한 방법이었습니다. 비록 결혼식에 와달라는 목적하에 전화를 한것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다시 닿았다는 점이 반가워서 참석을 하거나,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축의금을 대신 보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많이 다른듯 느껴집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일생일대 중요한 행사이기에 주변사람들을 초청하는 목적 자체가 자신의 결혼식을 축하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인데 이런식의 초청아닌 초청은 스팸메일과 다를바 없는 듯 보입니다. 여러사람에게 문자 쏴놓고 걸리면 오고 안걸리면 말고 식이니까요.
아무튼 그 동기분께는 미안하지만 결혼은 축하합니다. 하지만 내입으로 직접 마주보고 축하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저 어디서 뭘하고 먹고살든 관심없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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