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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mur

10년후에도 기억나는 잠못이루던 입대첫날 내무실


 잠을 자려고 누운지 어언 4시간째. 빗소리에 장단맞춰 발가락을 까딱거리다보니 쉽사리 잠이 오지않아 이생각 저생각하던 중, 불현듯! 1999년 12월 14일 저녁이 떠올랐습니다. 그 날이 무슨 날이냐면, 바로 제가 입대한 날입니다. 바로 전날 기말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인사를 한뒤 이발소로 달려가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만지며 나지막히 "씨바..."라고 뇌까렸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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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241&aid=0001952801)



 다음날 춘천에 있는 102보충대로 입소한뒤 처음 맞았던 그 날 저녁은, 오늘처럼 불현듯 생각나도 꽤나 을씨년스런 느낌을 줍니다. 102보충대로 입소한다고 하자 주변의 형들과, 혹은 주변사람들에 의해 얻어들은 군대 지식이 예비역 수준이었던 누님들은 하나같이 "넌 죽었다" 라고 입을 모아 따뜻한 조언을 해줬었기에 너무도 감사했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복화술로 입술 꽉 깨물고 표현했었지요. 


 입대 첫 저녁 점호가 끝난 뒤 아직 군복을 받지 못해 집에서 입고왔던 옷 그대로 잠을 자려 누웠는데, 처음 누워보는 꺼끌꺼끌한 매트리스에 얇디얇은 모포두장. 그리고 원래 색깔이 그런건지 거무튀튀한 베게. 12월의 강원도는 춘천이라 할지라도 꽤나 추웠는데 가뜩이나 마음도 추운데다가, 날씨까지 그모양이다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한숨에 이어 눈물까지 나오게 해주던 중요한 소품이 있었으니 바로 빨간 전등!! 입니다. 당시에는 자는시간에 왜 빨간 전등을 내무실에 켜놨을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불침번이 다음 근무자를 찾을 때 쓰라고 켜놨다고 하더군요. 


 춥고 두려움에 잠못들고 있다가 눈을 떠보니 바로 눈에 들어오던 천정에 달린 빨간 전등. 문밖 복도에서는 누군가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저벅저벅 들려오고, 내무실 여기저기서 들리던 한숨소리에 빠져 저도 모르게 계속 보고 있으려니 코마상태에 빠진 사람이 가끔 목격한다는 그것 같은 빨간 불빛. 나를 어딘가로 이끄는 저 빨간 불빛. 불빛너머로 떠오르는 부모님얼굴, 내동생, 친구들, 성적표, 담배, 야동 기타등등, 스물하나의 짧다면 짧은 인생이 불빛으로 변해 촤라락~스쳐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떨어지던 눈물. 아...글빨이 딸려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당시의 느낌을 전달하기가 힘드네요. 안구에 쓰나미가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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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겪는 그 시절은 그날부터 시작이 되었고, 영원히 안끝날것 같았던 그 시간들이 흘러 지금은 예비군마저도 끝나버린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그렇게 흘렀어도 잊혀지지 않는 그때의 추억 혹은 기억들은 가끔씩 웃음짓게 만들기도 하고, 씁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때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이제는 실감이 나네요. 


 "첫사랑하고 군대는 절대 못잊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