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역사박물관 맞은편 씨네아트에서 열린 "쉘위키스"영화 시사회에 다녀왔다. 위드블로그에 시사회 참석을 신청했었는데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평일 오후 2시라니.. 얼핏 보아도 일본영화 "쉘위댄스"를 연상시키게끔 냄새나게 작명한 제목은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로맨틱"이란 홍보문구에 들어간 단어가 관심을 끌었다.
일단 영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기 위해 여기저기 뿌려진 시놉시스를 퍼왔다.
미모의 디자이너 에밀리는 초행인 낭트에서 길을 헤매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가브리엘에게 호감을 느끼고 디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낭만적인 데이트를 마친 후 가브리엘은 다음날 파리로 돌아가야 하는 에밀리에게 ‘굿바이 키스’를 하려고 하자, “하고는 싶지만 안 하는 게 좋겠어요. 가벼운 키스도 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라며 정중히 사양한다. 에밀리에게 키스를 거절할만한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 걸 눈치 챈 가브리엘은 밤이 늦었으니 요점만 얘기해 달라고 조른다. 엷은 미소를 짓던 에밀리는 주디트의 키스에 관해 숨겨진 사연을 들려주기 시작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던 에밀리와 가브리엘은 아쉬움을 가슴에 남기고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주디트는 서로의 연애사까지 시시콜콜 털어 놓고 지내는 오랜 친구 니콜라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연인과 헤어진 니콜라는 육체적 애정결핍을 호소하며 주디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주디트는 망설임 끝에 그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가볍게 생각했던 단 한번의 키스로 달콤한 키스의 마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던 주디트의 사연은 에밀리가 굿바이 키스를 망설이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되는데…
주디트는 서로의 연애사까지 시시콜콜 털어 놓고 지내는 오랜 친구 니콜라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연인과 헤어진 니콜라는 육체적 애정결핍을 호소하며 주디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주디트는 망설임 끝에 그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가볍게 생각했던 단 한번의 키스로 달콤한 키스의 마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던 주디트의 사연은 에밀리가 굿바이 키스를 망설이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되는데…
시놉시스가 많이 엉성하게 구성되었다. 영화상에서는 중간중간 교차편집을 통해 에밀리가 키스하지 않게 만드는 사연의 주인공인 주디트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요약을 하자면 "산란기와 비산란기를 구별못하는 니콜라와 오랜 친구 주디트의 불장난이, 한눈팔까말까 고심하는 에밀리와 가브리엘에게 일으키는 나비효과" 라고 할 수 있다.
☆ 니콜라 & 주디트 ☆
유준상을 닮은 듯한 저 남자배우가 니콜라인데, 사춘기소년이나 느낄법한 性적인 욕구를 참지 못하고 오랜 친구 주디트에게 "나 아무래도 애정결핍인것 같아. 너랑 키스하면 좀 나아질까?" 라고 말한다. 그리고 주디트는 이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대사라고 여겨지는 "그래. 친구끼리 돕고 살아야지" 를 내뱉은뒤 어이없게도 키스 이상의 관계를 갖는다. 저 위의 시놉시스상에서는 '단한번의 키스의 마력'이라 언급되어 있지만 모든 사건은 "키스+@" 로 인해 벌어진다. 거참 재미있기 서울역에 그지없는 시츄에이션이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간의 끌림을 거부해보고자 여러가지 설정을 하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사랑일 리가 없어'라는 명제를 증명해보려 하지만 관계를 가질수록 더욱더 나락으로 빠지게 될 뿐이다. 여기서 문제는 니콜라와 주디트 모두에게 이미 짝이 있다는 사실이다. 주디트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한 상태였고, 니콜라는 사귀는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쏟으려 노력하는 상황에서 저 둘은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점점 키워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둘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주변사람(각자의 짝)들까지도 함께 행복해질수 있다고 그들만 믿는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이후는 결정적 단서들이 제공될 것같으니 여기까지만 쓰련다.
시작은 키스와 관련되었지만 과연 니콜라와 주디트가 키스만 했었다면 둘이 사랑에 빠지는 상황까지 연결되었을까. 차라리 영화상에서 섹스까지 가지 않는 only 키스만으로 모든게 연결되었다면 제목과 더불어 고개가 끄덕여질테지만, 친구사이인데다가 각자 짝이 있던 절친한 두사람은 키스+섹스로 인해 사랑을 확인해 나간다. 사랑이라 확신한 뒤에 벌이는 몇몇 이벤트들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아무리 영화라고는 하지만 사랑과 전쟁에도 나오지 않을 법한 일이 벌어지고 그것을 두고 "로맨틱"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두사람은 좋은소리 듣지 못할 커플이다. 그게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이라면 할말없지만.
☆ 에밀리 & 가브리엘 ☆
게다가 이야기의 시작점인 에밀리와 가브리엘은 윗 사진처럼 안타까운 키스만으로 마무리 되기는 하지만 그들 또한 이미 커플이었던 상황이다. (여기저기서 커플들의 아찔한 바람피는 스토리가 벌어진다) 이 두사람은 왜 키스만이 주된 얘기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에밀리가 왜 키스를 거부했었는지, 그리고 키스 이후의 상황을 왜 겁냈는지. 하지만 그 이유들마저도 나같이 연애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입장에서는 참 여러모로 불륜틱하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주인공들에게는 일말의 연민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쌍한 사람은 딱 한 사람이다. 누군지 여기서 밝힐수는 없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 당신도 그렇게 느낄것이다. 지지리 복도 없는 사람같으니..
☆ 러브 액츄얼리 ☆
"러브 액츄얼리" 에서의 유명한 장면이 떠오른다. 크리스마스에 절친한 친구 와이프에게 똥오줌 못가리고 기본적인 도덕심과 우정은 산타할아버지한테 줘보낸채, 감정에 휩싸여 사랑고백하는 저 장면. 앞뒤 내용 죄다 생략한채로 여기저기서 리바이벌되는 저 시츄에이션은 영화를 보고나서 반사적으로 욕나오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저 둘사이에 낀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뭐가 되냔말이다.
사귄지 얼마되지 않았거나 영화를 그냥 시간땜빵용으로 보는 커플들에게는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재미있는 요소들때문에 볼만한 영화일수 있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는 커플들이 본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뭐 바람이니 불륜이니 하는 따위의 것들을 떠나 단순히 "키스"가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마력에 대해서만큼은 마지막 장면에 제대로 나와있으니까.
부디 당신들의 키스는 당신들 사이에서만 마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덧) 이 영화안에서 가장 얄미운 사람이 감독과 각본을 담당하고 니콜라역으로 출연까지 했다. 가슴에 난 휘모리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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