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쌓인 뇌속의 잡념을 떨치고, 그동안 생각없이 처먹어댔던 복부의 잡것들도 떨칠겸 다녀오던 헬스길.
집앞을 50여미터 남겨둔 주차장 차옆에서 비맞으며 몸을 웅크린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안쓰런 마음에 불러보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미안~ 하면서 슬슬 다가온다. 갑자기 앉으면 행여나 달아날까싶어 천천히 앉으며 녀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쭈그려 앉은 내 다리사이로 들어오며 몸을 비벼대기 시작하면서 낮게 울기 시작한다. 미안~미안~ 뭐가 그리도 미안한지 계속 낮게 울어대는 녀석의 온몸을 쓰다듬어 주며 담배를 물었다.다리사이에서 계속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뭔가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임마 형은 지금 가진게 없어서 너한테 줄게 없어요, 담배라도 줄까? 말을 걸었더니 또 운다. 미안~미안~ ㅎㅎㅎ 웃음이 나왔다. 뭐가 또 미안해 ㅎㅎ
왼손에 들고있던 담배가 운명을 다하고,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나중에 또 봤을때 나는 너 못알아 보니까 니가 알아보면 인사해. 알았다는건지, 뭐 주지도 않으면서 조까라는 건지 또 운다. 미안~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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