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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mur

삼십대가 되면서 달라진 것들



나는 1979년생이다. 격동의 70년대 끄트머리에 태어나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얕게나마 경험한 세대이다. 나이 서른이면 이립(而立)이라고 뭔가 뜻을 세워야 할것 같은데, 아직도 철이없고 난 나이먹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자칭 어른아이다. 하지만  30줄에 들어서다보니 남의 이목때문이라도 행동이나 말에 있어서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에 관한 말들로 변해버렸다. 일단 몇가지 떠오르는 것만 정리해보았는데 생각날때마다 추가할 생각이다.


1. 욕하기가 힘들어요

20대때에는 친한친구들을 만나면 동물에 빗댄 "ㄱ" 으로 시작하는 호칭이 매우 자연스럽게 튀어나왔었다. 대화중에는 "ㅆ"으로 시작하는 호칭도 사용했고, 때로는 고등학교때부터 쓰기시작했던 "ㅈㄴ" 라는 영어의 "fXXk"에 필적할만한 연결어구도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ㅅㄲ"가 "놈" 으로 바뀌고 "ㅈㄴ" 가 "너무" 나 "매우" 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끔씩 흥분하거나 화가날경우에는 물론 나도모르게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왠지 저런 단어들은 사용하기에 부끄러워졌고, 한없이 어려보이는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사용한다는 사실이 멋쩍어졌다.


2. 성인병을 걱정한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시츄에이션인지. 언제나 나는 건강하고 똥배는 남의 얘기라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잡히기 시작한 옆구리살과 부끄러운줄 모르고 튀어나오는 똥배는 도대체 어디서 생성되는걸까. 하루에 반갑정도 피우던 담배도, 친구들과 자주 먹던 삼겹살도 모두 나의 건강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담배를 많이 피우면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발기력마저 위협당한다고 하는 말까지 귀쫑긋세워 들어야 할때다. 슬슬 무슨 음식이 몸에 좋다더라, 무슨 약이 좋다더라 식의 돌아다니는 말들이 내 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3. 부모님의 노후생활을 걱정한다.

솔직히 20대때에는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건강하시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시는 존재들이셨다. 하지만 아버지의 환갑 및 진갑을 보내고 나니 어떻게 하면 노후생활을 편하게 만들어드릴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까운게 안보인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와, 흔들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조시는 난닝구 차림의 아버지를 뵐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우리 부모님도 많이 늙으셨구나. 당신들의 노후생활은 제가 화끈하게 챙겨드리겠다고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노후생활"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내 스스로 나이를 먹었다고 느껴지게 만든다.
4. 한때 잘나가던 형,누나들이 변했다.

그들은 멋쟁이였다. 최신노래들과 트렌드를 앞서가진 않아도 누구보다 빨리 장착하는 패션감각에 클럽에서의 무용담들을 자랑스럽게 늘어놓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을 만나면 더이상 예전의 멋쟁이들이 아니다. 그냥 누가봐도 30대 중후반의 아줌마 아저씨들일 뿐이다. 예전에는 가는 사람 붙잡고 술을 권하며 3차로 클럽을 들락날락거리던 이들이 1차도 10시로 끝내버리고 애들 봐야한다는 말을 남기고서 집으로 도망간다.




5. 2pm과 소녀시대 멤버들이 헷갈린다.

HOT, 젝스키스, 핑클, SES 등등. 난 이들이 몇명이고 멤버가 누구인지 안다. 한때나마 SES 유진의 광팬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나의 한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그룹들의 멤버가 어느새 원로아이돌이라는 칭호를 달고 방송에 나온다. 그리고 정말 한명한명 똑같이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그룹들과, 예전 만복이형의 잉크를 연상시키는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여성그룹들이 등장했다. 나의 20대때 지금의 원로아이돌들이 누렸던 인기를 그대로 누리고 있는건 같은데, 나는 그 그룹 멤버들의 이름과 숫자를 모른다. 어쩌다 동방신기 멤버 이름을 다 외워서 회사 여직원들앞에서 읊었더니 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좀 뒤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외워보려해도 너무 헷갈리는건 어쩔수없다.



일단 지금 생각나는것들만 적어보긴했는데 솔직히 살다보면 이것들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내 나이를 실감하게 만든다. 더이상 나이를 먹고 싶지 않지만 그게 내맘대로 되나. 예전에 나이많다고 놀렸던 어느 형이 "니들은 나이안먹을것 같냐"며 썩소를 날리던 일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이글을 읽으신다면 코웃음을 치실수도 있겠지만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 너무 많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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